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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그림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간(Time Smoking a Picture)〉

7일 전
2분 분량
William Hogarth, Time Smoking a Picture, 1761,      Etching and aquatint, 23.5 × 18.4 cm
William Hogarth, Time Smoking a Picture, 1761, Etching and aquatint, 23.5 × 18.4 cm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1764)의 판화 〈그림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간(Time Smoking a Picture)〉(1761)은 오래된 회화를 선호하던 18세기 미술 감식가의 태도를 풍자한 작품이다. 당시 영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림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세월에 따라 변색된 바니시마저 작품의 깊이를 보여주는 특징으로 여겨지곤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옛 거장의 작품을 소유하는 것은 귀족과 수집가들에게 문화적 교양 및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호가스는 이러한 통념에 맞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 제작 시기와 낡은 외관만을 중시하는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화면 중앙에는 날개 달린 노인이 이젤 앞에 앉아 있다. 시간을 의인화한 그는 마치 작업 중인 화가처럼 캔버스 앞에 자리하고 있지만, 손에 들린 것은 붓이 아닌 파이프다. 노인이 그림을 향해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자 화면은 검게 물들고 본래의 색채와 형상도 점차 희미해진다. 한편, 그가 쥔 낫은 캔버스를 관통해 커다란 구멍을 냈다. 시간의 흐름과 죽음을 상징하는 낫이 작품을 훼손하는 도구로 등장한 것이다. 담배 연기가 작품의 표면을 서서히 변색시킨다면, 낫은 캔버스를 찢어 물리적인 파괴를 가한다.


노인의 발치에는 코가 떨어져 나간 조각상의 머리와 몸에서 분리된 손이 놓여 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머리 옆에서 손은 ‘VARNISH(바니시)’라고 적힌 커다란 항아리를 가리킨다. 바니시는 회화의 표면을 보호하고 광택을 더하는 재료지만, 시간이 지나면 황변하거나 어두워져 작품 본래의 색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호가스는 이러한 물리적 변화마저 예술적 가치의 증거로 여기는 당대의 취향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드러낸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표면을 그을리고 캔버스를 찢는 노인의 모습은 시간이 예술을 완성한다는 믿음을 우스꽝스럽게 뒤집는다.


이러한 풍자는 작품의 상단에 적힌 그리스어 문구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시간은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다. 자신이 닿는 모든 것을 쇠약하게 만들 뿐이다(Χρόνος γὰρ οὐ τέκτων σοφός, ἅπαντα δ’ ἐργαζόμενος ἀσθενέστερα).” 이를 통해 호가스는 세월의 흔적을 예술적 완성의 증거로 여기는 통념에 맞서,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보증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가 문제 삼은 것 역시 낡은 외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감식가들의 판단이었다.


이 판화는 호가스가 당대 미술시장에서 겪었던 갈등을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그림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간〉은 본래 그의 회화 〈시지스문다(Sigismunda)〉를 판화로 제작하기 위한 예약 구매권(subscription ticket)으로 만들어졌다. 호가스는 자신도 옛 거장들에 견줄 만한 예술적 역량을 갖추었음을 입증하고자 〈시지스문다〉를 제작했지만, 주문자였던 그로스브너 경(Sir Richard Grosvenor)은 완성된 그림의 인수를 거절했다. 이후 해당 작업은 1761년 영국미술가협회(Society of Artists) 전시에서 공개되었으나, 이곳에서도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으며 기대했던 평가를 얻지 못했다. 동시대 화가의 작품보다 오래된 회화를 선호하던 당대 분위기 속에서, 호가스는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이유로 〈그림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간〉은 옛 거장의 명성과 작품의 연대에 의존하던 감식가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동시에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고자 했던 호가스의 입장을 드러낸다.


결국 호가스가 이 판화를 통해 제기한 것은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질문이었다. 회화는 안료와 바니시, 캔버스 등으로 이루어진 물질적 대상이며, 세월에 따라 그 상태와 외관도 달라진다. 그러나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나 시간의 흔적이 곧 예술적 성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호가스는 그림을 완성하는 화가의 자리에 작품을 훼손하는 시간을 앉힘으로써 예술적 가치와 그것을 판단하는 취향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글: 정미주

(이미지문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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