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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 〈말하는 조각상(The Talking Statue)〉

7일 전
2분 분량

Athanasius Kircher, The Talking Statue, 1673, Engraving, from Phonurgia Nova.
Athanasius Kircher, The Talking Statue, 1673, Engraving, from Phonurgia Nova.

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 1602–1680)의 〈말하는 조각상(The Talking Statue)〉은 『새로운 음향술(Phonurgia Nova)』에 수록된 도판으로, 조각상이 사람처럼 말하도록 고안한 음향 장치를 보여준다. 독일 출신의 예수회 학자였던 키르허는 수학과 음악, 광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으며, 특히 소리의 전달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이와 같은 물리적 원리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곳까지 목소리를 전달하고, 청취자가 음성을 인식하는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연구는 1650년 『보편 음악론(Musurgia Universalis)』에서 1673년 『새로운 음향술』로 이어졌으며, 이후 다양한 음향 장치의 구상으로 발전했다.


도판은 광장과 건물 내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나선형 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에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이동하는 광장이 펼쳐져 있으며, 중앙에는 건축물의 벽을 관통하는 관이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은 기둥이 늘어선 실내에 조각상 그리고 한 인물이 등장한다. 키르허는 광장과 건물 내부를 하나의 화면에 배치하고, 건물의 벽을 절개하여 그 안에 설치된 나선형 관을 드러냈다. 건축적 단면과 원근법을 통해 실제로는 한눈에 볼 수 없는 공간들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이동 경로를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장치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광장에서 발생한 소리가 나선형 관을 따라 이동한 뒤, 관의 끝에 연결된 조각상의 입을 통해 실내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때 실내에 있는 사람은 마치 조각상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키르허는 관의 형태와 내부 표면에 따라 음향의 반사 과정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동물의 울음소리도 전달하고, 조각상의 입을 움직이는 기계 장치와 결합하여 더욱 생생한 효과를 연출하고자 했다. 이 구상의 핵심은 실제 발성 위치와 청취자가 인식하는 음성의 출처를 다르게 만드는 데 있었다. 해당 장치가 실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는 이 원리를 이용해 생명이 없는 조각상이 스스로 말하는 듯한 청각적 환영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키르허의 시도는 17세기 바로크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경이로움’과 연결된다. 당시 유럽은 자동인형과 기계식 분수, 자동 연주 장치 등 자연의 법칙을 응용한 다양한 기술이 주목받았다. 정교한 기계 구조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은 채 사물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듯한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말하는 조각상 역시 물리적 원리에 기초해 신비로운 경험을 연출한 사례로, 과학적 지식이 마법과 같은 효과를 구현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키르허는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음향 현상에도 주목했다.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멤논의 거상(Colossi of Memnon)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두 거상 가운데 하나는 새벽 무렵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사람들은 이를 조각상이 노래하거나 신비로운 목소리를 내는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오늘날에는 석재의 균열이나 온도 변화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키르허는 거상 내부에 지렛대나 악기와 같은 장치가 설치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 원리를 설명하고자 했다. 이처럼 키르허의 말하는 조각상은 고대부터 신비롭게 여겨졌던 현상을 물리적 원리로 해석하고, 유사한 효과를 인공적인 장치로 재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편, 키르허의 음향 장치는 멀리 떨어진 장소의 소리를 전달하는 동시에 타인의 대화를 몰래 들을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어디로 전달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외부의 대화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향의 전달 경로를 조절하는 기술은 청취자가 목소리의 출처를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키르허는 이러한 원리를 기계적 장치로 구현하면서 그 작동 과정을 하나의 이미지로 제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건축적 구조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상상력, 시각적 표현이 긴밀하게 결합했던 17세기 시각문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글: 정미주

(이미지문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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