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Robert Fludd, 〈Diagram of the Macrocosm〉

10월 20일
2분 분량
Robert Fludd, Diagram of the Macrocosm, 1617
Robert Fludd, Diagram of the Macrocosm, 1617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로버트 플러드(Robert Fludd, 1574–1637)는 우주의 형성과 질서를 규명하고자 했다. 1617년 첫 권이 출간된 『대우주와 소우주의 형이상학적, 자연학적, 기술적 역사(Utriusque Cosmi Maioris scilicet et Minoris Metaphysica, Physica atque Technica Historia)』에서 그는 기독교 신학과 연금술, 의학을 종합하여 독자적인 우주론을 구축했다. 플러드에게 우주의 창조는 신이 원초적 혼돈으로부터 빛과 어둠, 물질을 분리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창조의 원리를 여러 도판으로 시각화했다.


그중 태양을 중심으로 여러 겹의 원이 펼쳐진 위 도판은 플러드가 구상한 우주의 구조를 보여준다. 도판의 중앙은 인간의 얼굴을 한 태양이 자리한다. 그 주위로 암흑의 공간과 불꽃 형상의 고리, 여러 겹의 동심원이 차례로 펼쳐지며, 가장 바깥쪽은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태양의 광선은 금빛으로 표현되어 플러드의 우주론에서 빛이 지닌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판 하단에는 ‘대우주의 원리에 관한 제1권의 끝(Finis Libri primi de Macrocosmi principiis)’이라는 라틴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는 해당 도판이 대우주의 원리를 다룬 제1권의 마지막에 배치되었음을 알려준다. 앞서 전개된 우주의 생성과 구조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되는 자리에서, 플러드는 여러 영역이 하나의 질서로 조직된 우주의 전체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의 구조와 상당히 다르다. 플러드의 관심은 천체의 실제 위치나 운동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우주를 구성하는 여러 영역이 어떤 원리에 따라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태양이다. 플러드에게 태양은 신성한 빛과 생명력이 작용하는 거점이자, 대우주와 인간이라는 소우주를 연결하는 매개였다. 그는 태양에서 비롯된 빛이 인체에 스며들어 생명을 유지한다고 보았다. 이 관념은 우주와 인간이 동일한 원리에 따라 구성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대우주와 소우주의 상응 관계에 기초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주의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동심원이라는 형식이다. 각각의 원은 독립된 영역을 구획하면서도 하나의 중심을 공유하며, 명암의 대비는 그 경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은 구성은 개별 전체의 외형보다 우주를 이루는 영역들의 관계를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반복되는 원의 배열은 복잡한 세계를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려는 플러드의 자연철학을 반영한다. 따라서 이 도판은 실제 우주의 모습을 관찰하여 옮긴 그림이 아니라 우주에 관한 관념을 기하학적 형식으로 정리한 도해라 할 수 있다.


이는 창조 이전의 혼돈을 표현한 검은 사각형 도판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검은 사각형이 빛과 물질이 분화되기 이전의 원초적 상태를 형상의 부재로 나타낸다면, 동심원 도판은 여러 영역이 구분되고 질서가 형성된 세계를 보여준다. 두 이미지는 플러드가 이해한 우주의 창조 과정을 상반된 시각적 형식으로 제시한다.


플러드의 도판은 오늘날 우주를 시각화하는 방식과도 비교할 수 있다. 현대의 우주망원경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까지 관측하며, 수집된 정보는 색채로 변환되어 이미지로 제시되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습에는 관측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플러드가 신학과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우주를 그렸다면, 현대 과학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그 모습을 재구성한다. 두 시대의 지식 체계는 다르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미지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공통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의 이미지는 세계의 모습일까, 아니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구성한 하나의 모델일까? 플러드의 도판은 17세기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글: 정미주

(이미지문화 연구소)



*이마고 문디(Imago Mundi)는 '세계의 이미지'라는 뜻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입니다.

 
 
이미지문화연구소 로고2

이메일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죽헌길 7, 

강원대학교 강릉캠퍼스 예술 1호관 302호

Room 302, Arts Building No.1

Gangneung Campus, Kangwon National University

7, Jukheon-gil, Gangneung-si, Gangwon State, South Korea

© COPYRIGHT 2025 Institute for Image Studies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