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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르족 전령 (Kaffir Postman)〉

5월 21일
2분 분량

John George Wood, The Uncivilized Races of Men in All Countries of the World, Kaffir Postman, 1878
John George Wood, The Uncivilized Races of Men in All Countries of the World, Kaffir Postman, 1878

1878년, 당대 영국 최고의 박물학자였던 존 조지 우드(John George Wood)는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세계 각지의 미개한 인종들(The Uncivilized Races of Men in All Countries of the World)』을 출판했습니다. 다소 차별적인 제목을 지닌 이 책은 인류학과 민족학적 지식을 수백 장의 삽화와 함께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최초의 ‘대중적 인류 백과사전’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은 대영제국의 팽창과 함께 미지의 대륙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우드가 기술한 내용들은 그러한 대중의 지적 갈증을 충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수집한 원주민들의 민속품과 당대 탐험가들의 기록을 집대성했으며, 원주민들의 신체적 특징부터 의식주, 종교, 무기, 독특한 풍습까지 마치 박물학적 표본을 기록하듯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서구 문명을 기준으로 타 문화를 미개(uncivilized)하다고 규정하는 19세기 백인 우월주의적 한계를 명백히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용 곳곳에서는 대자연 속 원주민들을 향한 박물학자의 경탄 역시 묻어납니다. 우드는 외부 문화를 단순히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신, 문명의 이기에 훼손되지 않은 인간 신체 본연에 주목하며 그들의 아름다움과 고유한 문화를 아낌없이 칭송합니다.


이러한 시선은 책에 수록된 삽화 〈카피르족 전령(Kaffir Postman)〉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삽화는 식민 통치를 위해 정착한 백인 지도자들 사이의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던 우편 배달부를 묘사합니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뛰어난 인류의 표본을 보여준다”라는 우드의 과장된 설명처럼, 이들은 균형 잡히고 탄탄한 근육질의 신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피부 보호와 미용을 위해 온몸에 바른 기름은 그의 몸을 마치 살아 숨 쉬는 청동 조각상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그는 몸에 바른 기름에 종이가 훼손되지 않도록 끝이 갈라진 긴 막대기에 편지를 끼워 들고 있으며, 투창 아사가이(assagai)와 끝에 옹이가 달린 짧은 막대기 케리(kerry)로 무장한 모습입니다. 우드는 이들이 100km가 넘는 먼 거리도 며칠씩 달리는 강인한 체력을 가졌으며, 맨발임에도 유럽인의 신발보다 두껍고 탄력 있는 발바닥으로 날카로운 돌길을 거침없이 내달린다고 감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드가 카피르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고대 그리스 조각상과 비교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드는 미국의 화가 벤저민 웨스트(Benjamin West)가 로마에서 완벽한 비례의 상징인 〈아폴로 벨베데레(Apollo Belvedere)〉 조각상을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젊은 모호크(Mohawk)족 전사 같다”고 감탄했던 일화를 인용하며, 삽화 속 원주민의 신체 비율이 “고전 예술의 규범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서술합니다.


우드의 이와 같은 관점은 타자의 신체를 서구의 미적 기준으로 재단하는 전형적인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 신화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산업화된 서구 사회가 상실한 근원적 생명력과 이상적 고전미를 원주민의 신체에 투영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낭만적 시선에는 서구의 결핍에 대한 향수만 담겨있을 뿐, 동등한 주체로서의 존중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카피르족 전령>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향한 박물학자의 순수한 동경과, 타자를 대상화하는 제국주의의 모순적 위계가 복합적으로 투영된 이미지입니다.


*이마고 문디(Imago Mundi)는 ‘세계의 이미지’라는 뜻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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