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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인물화와 캐리커처(Characters and Caricaturas)〉

6월 12일
2분 분량
William Hogarth, Characters and Caricaturas, 1743, Etching, 27.7x22.4cm
William Hogarth, Characters and Caricaturas, 1743, Etching, 27.7x22.4cm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의 〈인물화와 캐리커처(Characters and Caricaturas)〉(1743)는 그의 연작 〈유행에 따른 결혼(Marriage à-la-mode)〉의 구독권(예약 판매 티켓)을 위해 제작된 도안이다. 당시 호가스는 자신의 작품이 인물의 성격과 도덕성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제로 비평가들은 그의 정교한 인물 표현을 단순한 캐리커처로 간주하곤 했고, 이에 대해 호가스는 『미의 분석(The Analysis of Beauty)』에서 자신이 그린 여성은 매춘부로, 남성은 희화화된 인물로 취급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오해가 인물의 성격과 본질을 포착하는 ‘인물화(Characterisation)’와 외형적 특징을 과장하는 ‘캐리커처(Caricatura)’를 혼동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보았으며, 이를 시각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해당 작품을 제작했다.


그림 하단에는 인물화와 캐리커처를 비교할 수 있는 도판들이 배치되어 있다. 왼쪽에는 이상화된 비례와 세밀한 표현으로 인간 내면을 드러낸 라파엘로(Raphael)의 태피스트리 속 세 명의 인물상이 놓여 있다. 반면 오른쪽에는 특정 신체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안니발레 카라치(Annibale Carracci), 피에르 레오네 게치(Pier Leone Ghezzi),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캐리커처가 배열되어 있다. 호가스는 이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인물화와, 외형적 특징을 악의적으로 과장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캐리커처를 명확히 구분하고자 했다.


호가스는 특히 자신의 작업이 이탈리아 캐리커처 전통이 아니라 라파엘로로 대표되는 고전적 인물 묘사의 계보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화면 상단에는 약 100개에 달하는 수많은 측면 얼굴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특정 개인의 초상을 그리기보다 다양한 인간 유형과 성격을 탐구하기 위한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는 후일 이 얼굴들이 실제 인물로 오해받지 않도록 이목구비를 의도적으로 변형했다고 회고했으나, 보편적 인간 유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과의 유사성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는 호가스의 예술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그는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장면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캐리커처 화가로 분류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으며, 훗날 제작한 판화인 〈법관석(The Bench)〉(1758)에서도 인물화와 캐리커처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범주라고 재차 주장한 바 있다.


호가스의 입장은 그의 친구인 소설가 헨리 필딩(Henry Fielding)에 의해 더욱 체계적으로 뒷받침된다. 필딩은 소설 『조셉 앤드루스(Joseph Andrews)』(1742) 서문에서 인물화는 사실적인 관찰과 세부 묘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성격을 드러내는 작업인 반면, 캐리커처는 과도한 과장에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가스를 단순한 풍자 화가가 아닌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 ‘희극 화가(Comic Painter)’로 평가하며, 외형적 왜곡에만 집중하는 캐리커처 화가들과 구별하였다. 특히 그는 “인물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위대한 찬사는 그 인물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호가스 예술의 핵심이 인간 내면의 진실한 표현에 있음을 역설했다.


한편 이 이미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행에 따른 결혼(Marriage à-la-mode)〉의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제작된 홍보용 티켓이었다. 원본 하단에는 작품의 발행 일정과 수령 방법, 구독료 등의 정보가 인쇄될 공간과 함께 호가스의 친필 서명이 들어갈 여백이 마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이미지는 신작 판화를 예약 구매하려는 잠재적 수집가와 관람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일종의 광고물이자, 신작의 예술적 가치를 변호하는 시각적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영박물관에는 호가스의 친필 서명과 인장이 남아있는 원본 구독권이 소장되어 있으며, 1822년 윌리엄 히스(William Heath)가 하단의 안내 문구를 삭제한 채 독립적인 판화 작품으로 재출판하면서 오늘날의 〈인물화와 캐리커처〉라는 독립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글: 정미주

(이미지문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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