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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잘못된 원근법에 대한 풍자(Satire on False Perspective)〉

5월 14일
2분 분량
William Hogarth, Satire on False Perspective, 1754, engraving, 20.6x17.3cm
William Hogarth, Satire on False Perspective, 1754, engraving, 20.6x17.3cm

여기 영국의 한적한 마을을 묘사한 풍경화 한 점이 있습니다. 얼핏 평화로운 시골의 일상을 담아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근법이 완전히 뒤틀린 장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경의 신사가 던진 낚싯줄은 원경의 낚시꾼보다 더 멀리 뻗어 있고, 언덕 위 행인은 2층 창밖으로 몸을 내민 여인의 촛불을 빌려 파이프에 불을 붙입니다. 멀어질수록 비대해지는 양들, 먼 나무 뒤에 가려진 건물의 간판, 그리고 물속에 가라앉은 교회와 다리 벽면을 향해 총을 겨누는 사수까지. 이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은 1754년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1754)가 제작한 〈잘못된 원근법에 대한 풍자(Satire on False Perspective)〉입니다.


18세기 영국 사회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온 호가스는 이 작품에서 잘못된 원근법 자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화면 곳곳에 22개에 달하는 의도적인 오류를 배치함으로써, 원근법에 대한 지식의 부재가 초래하는 희극적 결과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당시 원근법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관습적으로 활용하던 화가들의 미숙함을 향한 익살스러운 비판인 동시에 회화적 재현이 담보해야 할 시각 질서의 당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호가스의 친구 조슈아 커비(Joshua Kirby, 1716-1774)의 저서 『쉽게 해석한 브룩 테일러 박사의 선 원근법 방식(Dr. Brook Taylor's Method of Perspective made Easy both in Theory and Practice)』의 삽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커비는 영국의 수학자 브룩 테일러(Brook Taylor(1685-1731))의 원근법 이론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출판하였고, 호가스는 도판 하단에 “원근법에 대한 지식 없이 구상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그림처럼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라는 문구를 덧붙이며,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광학적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원근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각 체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미술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재현 방식은 인간이 세계를 체계화하고자 했던 특정 시대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중세 회화가 신성함과 종교적 위계에 따라 대상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치 중심적 공간’을 선호했다면, 르네상스 시대는 인간의 눈을 중심에 두고 세계를 기하학적으로 조직하는 ‘광학적 공간’을 지향했습니다. 15세기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의 실험과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1446)의 『회화론』을 통해 체계화된 원근법은 이후 서구 회화의 핵심적인 시각 문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호가스 역시 자신의 저서 『미의 분석(The Analysis of Beauty)』을 통해 예술이 지닌 수학 질서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원근법을 올바른 시각적 재현을 위한 중요한 원리로 간주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호가스가 설계한 〈잘못된 원근법에 대한 풍자〉는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원근법적 공간이 사실은 특정한 규칙 위에 재구성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호가스의 풍자는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재현의 논리가 붕괴되었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지각적 혼돈을 예리하게 경고합니다. 이 불가능한 풍경은 18세기 예술이 도달한 지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각적 텍스트이자,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보는 법’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마고 문디(Imago Mundi)는 ‘세계의 이미지’라는 뜻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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